2024~2025년, 많은 나라들이 고금리와 고물가를 동시에 겪으며 경제정책의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특히 한 가지 질문이 많아졌죠. "실업률은 낮은데, 왜 물가는 계속 오르지?" 이 질문에 답하는 이론이 바로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필립스 곡선이 어떤 이론인지, 실제로 어떻게 등장했고, 왜 지금은 그 이론이 논쟁에 휩싸였는지를 차근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핵심 이론입니다.
필립스 곡선이란? 기본 개념부터
필립스 곡선은 간단하게 말하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이론입니다. 즉,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물가가 오른다는 겁니다. 반대로 실업률이 높으면 물가는 내려갑니다.
이 이론은 1958년 영국의 경제학자 A. W. 필립스가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는 1861년부터 1957년까지의 영국 데이터를 분석하여,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상승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이 개념이 발전해 ‘물가상승률’과 연결되면서, 현대 거시경제학의 기본 도구가 되었습니다.
왜 실업률과 물가는 반비례한다고 했을까?
그 배경에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 그러면 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높은 임금을 줘야 채용할 수 있습니다.
- 임금이 오르면 생산비용도 올라가고, 그 부담이 소비자 가격(물가)에 반영됩니다.
즉,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긴다는 것이죠.
정책의 핵심 도구가 된 필립스 곡선
1970~80년대까지는 중앙은행들이 실제로 필립스 곡선을 정책의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 물가가 너무 오르면: 기준금리를 인상해 경기를 식히고, 실업률을 일부 감수
- 경기가 침체되면: 기준금리를 인하해 고용을 살리고, 일부 물가 상승은 허용
이처럼 정책 당국은 물가와 실업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고, 필립스 곡선은 그 의사결정의 핵심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 스태그플레이션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세계는 실업률도 높은데 물가도 계속 오르는 이상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입니다. 이때부터 필립스 곡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죠.
이론적으로는 둘이 반비례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둘 다 나빠지는 상황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필립스 곡선은 단기적으로만 유효하고, 장기적으로는 무의미하다”는 반론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경제에서의 재해석
최근에는 ‘필립스 곡선이 평평해졌다’는 표현도 많이 나옵니다. 즉, 실업률이 떨어져도 물가가 그렇게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기술 발전 → 노동 생산성 증가
- 글로벌 공급망 확대 → 인건비 상승 억제
- 임금보다 소비심리가 물가에 더 큰 영향
그래서 미국 연준(Fed)도 기준금리 결정 시 ‘필립스 곡선’을 참고는 하지만, 과거처럼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와 필립스 곡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과 2024년 기준,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데 물가는 여전히 고공 행진 중입니다.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높고, 생활물가는 급등하면서 '체감 경기'는 매우 나쁜 상황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실이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매우 신중한 대응이 필요해졌습니다.
필립스 곡선은 단순한 이론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행동, 노동시장, 물가 심리, 금융정책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대일수록, 이런 고전 이론들을 다시 살펴보며 우리의 현실에 맞는 해석을 덧붙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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